2018-05-18

Byzantine Failure - 블록체인 개발이 어려운 이유

2017년에 이어 올해 2018년까지 블록체인은 정말 시대의 대세가 됐다. 결국, 개발자 외에도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블록체인이 어려운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 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화폐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가장 유명한 블록체인 시스템인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암호화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흔하게 하는 착각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블록체인이 화폐일 이유는 없다.

블록체인을 조금 더 공부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블록체인은 incentive model을 설계해야 해서 어렵다고 말한다. 블록체인에서는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incentive model을 설계해야 하고, 이는 결국 사람 심리의 영역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블록체인이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블록체인이 어려운 이유는 블록체인이 분산환경에서 풀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기 때문이다.

분산 시스템은 여러 개의 노드 사이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상태를 변화시킨다. 이때 모든 노드가 정상적인 경우만 가정할 수는 없다. 이런 시스템은 단일 노드에서 처리되는 시스템보다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에러를 처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분산 시스템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에러를 정의하고, 그 이외의 에러가 발생할 경우는 동작을 보장하지 않도록 설계된다. 이때 감당할 수 있는 에러의 종류를 시스템의 Failure Model이라고 부른다.

전통적으로 분산 시스템에서 Failure Model은 6개로 분류된다. 이 6 분류는 계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큰 부류는 작은 부류를 포함한다. 분산 시스템은 목표로 하는 Failure Model을 설정하고 그보다 큰 부류의 failure가 발생했을 때는 처리를 포기한다.

가장 처리하기 쉬운 문제는 Fail-stop Failure Model이다. Fail-stop Failure Model에서는 문제가 발생한 노드는 더 이상 상태가 변하지 않지만, 문제가 발생하기 전 상태를 돌려준다. Fail-stop Failure Model에서는 항상 요청한 메시지가 도착하고, 도착한 메시지는 정상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쉽게 풀린다. 하지만 메시지가 도착하지 않을 수 있는 현실적인 모델, 간단하게는 서버가 crash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고려조차 돼있지 않기 때문에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사용되는 모델은 crash를 고려하는 Crash Failure Model이다. 이 모델에서 요청에 대해 응답을 주지 않는 노드는 언제나 crash 났다고 가정한다. 응답을 주지 않는 노드가 있을 때는 문제가 발생한 노드를 대체하는 새 노드를 실행시키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Crash Failure Model도 인터넷 스케일의 분산 시스템에서는 현실적이지 않다. 인터넷 스케일에서는 노드가 crash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메시지가 도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Crash Failure Model은 보통 멀티코어 프로세서에서 프로세서 간 통신이나, 한 데이터 센터 내에서 구성되는 분산 시스템에서 많이 사용된다.

인터넷 스케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모델은 Omission Failure Model이다. Omission Failure Model은 일정 단위 시간 T를 정의하고 모든 메시지는 전송 후 T 시간 이내에 도착하거나 영원히 도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는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매우 간단하게 모델링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네트워크에서는 이보다 복잡한 이슈가 발생한다. 메시지가 도착하는 maximum bound인 T를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메시지는 안 올 수도 있지만, 매우 늦게 도착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모델을 Performance Failure Model이라고 한다. Performance Failure Model을 가정하는 분산 시스템은 메시지가 안 도착하거나 매우 늦게 도착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문제는 전부 메시지가 도착했다면 제대로 된 메시지가 도착했다고 가정한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설명한 네 개의 failure model. 즉, Fail-stop Failure Model, Crash Failure Model, Omission Failure Model, Performance Failure Model에서는 일단 메시지가 도착하면 그 메시지를 믿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믿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어떤 노드에 버그가 발생하거나 하드웨어 문제로 메시지가 일부만 전송됐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Man-in-the-middle(a.k.a. MITM) 공격 때문에 메시지가 변조될 수도 있다.

일관되게 잘못된 메시지만 보내는 노드만 있는 경우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하지만 어떤 메시지는 제대로 보내고 어떤 메시지는 검증 불가능한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라면 문제가 어려워진다. 이렇게 일관성 없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노드를 byzantine node라고 부르고 이런 failure를 byzantine failure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모든 byzantine failure를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byzantine failure 중에서 검증할 수 있는 byzantine failure만을 처리겠다는 모델을 Authentication-detectable Byzantine Failure Model이라고 부른다. Authentication-detectable Byzantine Failure Model에서는 error detection scheme을 넣거나 비대칭 암호화를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현재 사용되는 인터넷 규모의 분산 시스템은 대부분 Authentication-detectable Byzantine Failure Model을 가정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모든 byzantine failure를 고려하는 Byzantine Failure Model을 가정한다. 이는 분산 시스템에서 가정할 수 있는 가장 풀기 어려운 모델이다. 그래서 기존에 있던 분산 시스템은 대부분 byzantine failure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대부분 노드가 비정상적으로 동작하거나 악의적으로 동작하거나 해킹당하여 이상한 동작을 하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았다.

블록체인의 복잡한 개념들은 전부 블록체인이 Byzantine Failure Model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incentive model은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byzantine node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유인을 주는 것이고, 합의 알고리즘이 복잡해지는 것도 byzantine failure를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Byzantine Failure Model을 사용하지 않으면 문제가 단순해지지 않을까?

아쉽게도 이는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탈중앙화된 노드로 구성된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서 byzantine node를 발생시키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경우는 악의적인 사용자들이 있다. 단순한 취미로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혹은 개인적인 원한으로 시스템을 공격하는 사례는 많이 있다. 노드로 참여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기존 시스템에서는 보통 DoS 공격을 한다. 하지만 참여가 자유로운 블록체인에서는 byzantine node가 되어 일관성 없는 동작으로 공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악의가 없더라도 게으른 사용자들도 byzantine node가 된다. 중앙화된 분산 시스템에서는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빠르고 쉽다. 중앙 관리자가 시스템을 전부 업그레이드하면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서는 그렇지 않다. 일부 노드는 업그레이드해도 게으른 사용자들은 업그레이드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노드들은 업그레이드된 노드의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해 byzantine failure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상으로 블록체인이 어려운 이유, Byzantine Failure에 대해서 알아봤다. 블록체인에 관심 없는 엔지니어에게 블록체인에 관해 물어보면 블록체인은 “이력을 저장하는 분산 저장소”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는 블록체인의 극히 단편적인 모습만을 본 것이다. 오히려 이력을 저장한다는 특징은 byzantine failure를 극복하려는 방법에 불과하다. 블록체인은 근원적으로 이보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어려움이 블록체인 개발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이론적으로 연구만 되던 것이 실제로 동작하는 구현체가 나오고 있다. 특히 byzantine failure는 failure model 중 가장 현실에 가까운 모델이다. 따라서 앞으로 나오는 분산 시스템은 Byzantine Failure Model을 가정하고 나올 것이다. 그래서 설령 블록체인 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블록체인에서 어떤 연구가 되고 있는지 아는 것은 분산 시스템 개발자로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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