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2.0 케이블의 내부 구조

아이폰도 USB-C를 사용하면서 온 세상이 USB로 통일됐지만 실제로는 너무 다양한 USB가 존재한다. 기본 형태인 USB-A나 최근 많이 사용되는 USB-C 뿐 아니라, 보통 5핀이라고 불리는 micro-B를 포함한 다양한 USB-B 컨넥터들이 존재한다. 그래도 컨넥터는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케이블은 답이 없다.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는 케이블이라도 어떤 케이블은 데이터 통신이 안 되고 어떤 케이블은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다. 이런 차이는 케이블 내부 구성에 따라 발생한다. 이번 글에서는 USB 2.0 케이블의 내부를 통해 USB 케이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Micro-B 케이블의 편조 차폐와 호일 차폐

위 사진은 집에서 돌아다니던 A - Micro-B USB 2.0 케이블의 피복을 벗겨낸 것이다. 절연체 아래로 금속 선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선들은 금속 선이지만 전선은 아니다. 이 선은 전자기 차폐를 목적으로 들어간 금속 선이다. 실제 전선은 이 금속 선을 벗겨야 나온다.

이번에 자른 케이블에는 두 종류의 차폐가 사용됐다. 하나는 얇은 금속 호일이고, 다른 하나는 얇은 도체의 가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자는 보통 호일 차폐(Foil Shielding)라고 부르고 후자는 편조 차폐(Braided Shielding)라고 부른다. 이 둘은 다 외부 전자기장으로부터 전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지만, 특성이 약간 다르다. 보통 편조 차폐가 저주파수 전자기파를 차단하는 것에 효과적이고, 호일 차폐가 고주파수 전자기파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다. USB 3.0의 고속 전송 케이블은 이 두 차폐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그 외의 경우에는 필수는 아니고 권장 사항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싸구려 케이블을 쓰지 않는 한 요즘은 USB 2.0 케이블에도 이 두 가지를 같이 사용한다.

차폐 선이 쉴드와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속 전송을 지원하는 케이블이 아니라서 차폐가 완벽하지는 않다. USB 3.0의 고속 전송을 지원하는 케이블에서는 차폐를 금속 쉴드에 접지시켜 혹시 모를 유도 전류를 빼내야 한다. 하지만 고속 전송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차폐의 접지는 권장사항일 뿐이다. 이 케이블에서도 차폐 선은 접지되지 않고 중간에 끊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차폐 선에 유도된 전류가 빠져나가지 않아 노이즈를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

꼬인 구조의 USB 2.0 케이블

편조 차폐와 호일 차폐까지 벗겨내고 나면 위와 같이 꼬인 구조의 전선을 볼 수 있다. 이 전선이 USB가 전원과 데이터를 보내는 데 사용하는 진짜 전선이다. 전선이 꼬인 구조인 이유는 데이터 전송에 차동 신호(Differential Signaling)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차동 신호는 신호를 보낼 때 하나의 전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전선을 사용하여 두 전선 사이의 전압 차를 신호로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차동 신호가 하나의 전선을 이용하는 방식(Single-ended Signaling)보다 노이즈에 강하기 때문에 신호를 보내는 대부분의 케이블은 꼬인 구조를 이용한다.

하나의 전선을 사용하는 것보다 차동 신호가 노이즈에 강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은 두 전선이 같은 노이즈를 받는 것이다. 차동 신호로 노이즈를 무시하는 원리는, 노이즈로 전압이 변했을 때 + 케이블과 - 케이블이 둘 다 같은 정도로 변해, 두 케이블 사이의 전압 차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 케이블과 - 케이블은 언제나 같은 정도의 노이즈를 받아야 하는데, 두 케이블의 거리가 멀리 떨어지면 이를 보장할 수 없다. 두 케이블이 같은 노이즈를 받도록 하기 위해 두 케이블은 최대한 가까이 붙어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꼬인 구조로 만든다.

꼬인 구조를 풀어보면 위와 같은 4개의 전선이 나온다. 초록색과 하얀색이 데이터를 보내는 한 쌍의 케이블이다. 보통 D+와 D- 선이라고 부른다. 붉은 선과 검은 선은 파워 케이블이다. USB 2.0에서는 기본적으로 5V * 0.5A의 전원을 공급한다. 기본적으로라는 것은 USB BC(Battery Charging) 스펙에서 0.5A보다 큰 전류를 공급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USB BC에서도 1.5A의 전류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USB 2.0 케이블을 이용하는 기기 중에서 7.5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 기기는 외부 전원을 통해 전원을 공급받아야 한다.

어떤 케이블은 충전 전용 케이블로 나온다. 이런 케이블은 D+와 D- 선이 없는 케이블이다. 노이즈에 대해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차폐도 필요 없다. 더 적은 재료는 더 적은 비용을 의미한다. 이런 케이블은 데이터 케이블이 없기 때문에 USB BC에서 지원하는 1.5A의 전류를 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보안적인 이유가 아니면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

전선뿐만 아니라 많은 실이 들어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실은 보강재 역할을 한다. USB를 뽑는 정석적인 방식은 컨넥터를 잡고 뽑는 것이다. 전선을 잡고 빼면 전선에 걸리는 장력에 의해 단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대부분 USB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포트가 있기 때문에 컨넥터를 잡기 힘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귀찮다. 제조사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케이블이 장력에 대한 내구성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보강재를 추가하는 선택을 했다.

보강재로는 주로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가 사용된다. 둘 중 하나만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자른 케이블에도 두 가지가 동시에 사용됐다. 사진에 나오는 얇고 투명한 실 가닥 같은 것(하늘색 화살표)이 비교적 강도가 높고 유연한 나일론이고, 보라색 화살표로 가리키고 있는 굵은 하얀 실이 높은 탄력으로 순간적인 충격에 강한 폴리에스테르다.

아무런 차폐도 보강재도 없는 케이블도 있다

USB 케이블은 단순한 전선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데이터 전송과 전력 공급을 위한 복잡한 기술이 숨어 있다. 차폐 여부와 방식, 차동 신호를 위한 꼬임 구조, 보강재의 사용 등은 케이블의 성능과 내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요소들은 USB 2.0 케이블에서 데이터 전송의 안정성과 전력 공급의 효율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케이블이 동일한 품질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가형 케이블이나 규격을 준수하지 않은 제품들은 이러한 기술적 요소를 생략하여 성능 저하나 안전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USB 케이블을 선택할 때는 믿을 수 있는 제조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발전과 함께 USB 3.0 이후 버전에서는 더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와 높은 전력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케이블의 구조와 설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USB 3.0 케이블의 내부를 살펴보고, USB 2.0 케이블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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